강원도 한 지자체가 관리하는 해수욕장의 산책용 목재 데크를 걷던 피서객이 부식되어 위로 튀어나온 대형 나사에 발이 걸려 크게 넘어졌습니다. 발목 복사뼈가 부러져 핀 고정 수술을 받았고, 수술비와 입원 치료비로만 600만 원 넘는 돈이 나갔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지자체 담당 부서에 연락하자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습니다. 낮 시간이었고 본인 주의 의무가 소홀했으니 지자체가 일일이 치료비를 대줄 수는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흔히 겪는 초기 분쟁 양상입니다.
해수욕장 데크길에서 부러진 발목, 지자체는 '주의 소홀'만 말했습니다
손해사정 업무를 15년째 하면서 여름철 휴가지 사고 건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시설에서 다쳤을 때 어디에 어떻게 손해를 청구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앞서 언급한 해수욕장 사고의 피해자 역시 처음에는 자신의 실손의료보험으로만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현장에 들어가 사고 지점의 전경 사진과 목재 데크의 부식 상태, 튀어나온 나사의 높이를 정밀 측정했을 때 방호조치의 부실함이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해당 데크길은 지자체가 피서객 통행을 위해 설치한 공공 시설물이었고, 관리가 방치되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지자체 담당자는 사적 배상이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배상책임의 법적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대답이었습니다. 공공시설 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는 공무원 개인의 과실 유무를 떠나 지자체의 법률상 배상책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가 규정하는 무과실책임의 본질
지자체가 공공 시설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5조에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도로, 하천, 기타 공공의 영조물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국가배상법 제5조가 규정하는 영조물 책임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일종의 무과실책임이라는 점입니다.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객관적 안전성을 결여했다면 지자체의 관리 책임이 성립합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영조물의 하자란 객관적으로 안전성이 결여된 상태를 의미하며, 관리자가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나사가 1.5cm 이상 위로 솟구쳐 있었음에도 안전점검을 게을리한 해수욕장 산책로는 객관적 안전성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손해보험사의 재원 구조
지자체가 피해자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때 지자체 자체 예산에서 직접 돈을 빼서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민간 손해보험사나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영조물배상책임공제에 매년 가입해 둔 상태입니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의 영조물배상책임공제는 지자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시설물의 하자로 타인이 신체적, 재물적 손해를 입었을 때 보상해 주는 제도입니다. 공제회가 위험을 인수하고 내부적으로는 민간 손해보험사와 재보험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보상한도는 시설별 가입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통상 대인 사고의 경우 1인당 최대 5억 원, 1사고당 10억 원 한도 내에서 실제 법률상 손해배상금을 담보합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지자체에 공식적으로 사고를 접수하면 해당 공제회와 연계된 민간 손해보험사의 손해사정법인이 나와 실제 조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서면신고부터 손해사정 조사까지, 현장 실무의 동선
지자체 담당자가 유선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두 협의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서면으로 접수하는 것이 실무의 첫 걸음입니다.
피해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자체의 담당 부서(해양관광과, 공원녹지과, 재무과 등)에 영조물배상사고접수신청서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상황을 겪으셨다면 지자체 담당자의 미온적인 태도에 이미 진이 빠졌을 겁니다. 15년째 이런 사건을 다뤄도 이 대목은 매번 신경 쓰이는 지점입니다.
접수 서류가 들어가면 지자체는 이를 공제회로 이전하고, 사나흘 내로 위탁 손해사정사로부터 연락이 옵니다. 이때 제출해야 하는 핵심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장 사고 사진 및 현장 전경 (결함 부위가 명확히 드러난 사진)
- 119 구급대 이송기록지 또는 사고 당일 병원 초진기록지
- 진단서 및 치료비 세부내역서, 영수증
- 소득 입증 서류 (입원 기간 동안의 휴업손해 산정용)
결국 승패를 가르는 건 서류입니다. 사고 직후 현장을 다각도로 촬영해 두고 병원에 가서 사고 경위를 사실대로 기록해 두는 것이 청구의 승패를 가릅니다.
대조 사례 — 통제구역 진입으로 보상이 기각된 계곡 사고
모든 야외 사고가 지자체의 책임으로 귀결되지는 않습니다. 작년 여름 경기도의 한 계곡에서 일어난 대조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피해자는 '낙석 및 이끼 미끄럼 위험, 수영 및 출입 금지'라는 대형 경고판과 밧줄 펜스가 설치된 계곡 깊은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쇄골이 부러졌습니다.
이 피해자 역시 지자체의 관리 소홀을 주장하며 영조물 배상공제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면책, 즉 보상 거절이었습니다.
지자체가 이미 위험을 충분히 예견하고 펜스 설치와 경고문 부착이라는 합리적인 방호조치를 다한 상태였습니다. 피해자가 통제구역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고 들어간 경우 영조물의 설치·관리상 하자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위험 표지판이 명확히 설치된 수영금지 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간 경우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처럼 지자체의 방호조치의무 이행 여부와 이용자의 정상적인 이용 범위에 따라 보상 여부가 극명하게 나뉩니다. 이 지점에서 결과가 갈립니다.

과실상계 20–30%의 벽과 손해액 산정
지자체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배상금 전액이 지급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낮 시간대 보행 시 전방 주시 의무나 야외 활동 시의 기본 주의 의무가 피해자에게도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법원 판례나 공제회 손해사정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여 손해배상금을 깎는 과실상계를 적용합니다.
대개 일상적인 산책로의 나사나 데크 균열 사고에서는 피해자 과실을 10%에서 30% 사이로 차감합니다. 예를 들어 총 손해액(치료비+휴업손해+위자료)이 1,000만 원으로 산정되고 피해자 과실이 20%로 판정되면 최종 지급되는 공제금은 800만 원이 됩니다.
이 손해액 산정 과정에서 피해자의 소득 입증과 휴업손해 인정 범위, 향후 치료비 산정이 쟁점이 됩니다. 보험사 측 조사원은 과실 비율을 가급적 높게 잡고 위자료나 휴업손해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수욕장 데크 나사 사고의 피해자는 초기 지자체의 거부 반응에도 불구하고 서면 접수와 객관적 현장 채증을 통해 공제 조사를 이끌어 냈습니다. 결국 지자체 측 과실 80%가 인정되어 입원 치료비와 3주간의 휴업손해를 포함한 배상금을 최종 지급받고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다면 정당한 권리를 찾을 방법은 분명 존재합니다.
관련 법령과 참고 자료
지자체 관리 시설물 사고의 배상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5조(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이며, 이는 공무원의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무과실책임으로 해석됩니다. 대법원도 영조물의 하자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판시해 온 바 있습니다. 지자체가 실제 배상금을 지급하는 재원인 영조물배상책임공제 제도의 법적 근거도 함께 확인해두면 청구 절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