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고가 나면 보험회사는 자기 소속 손해사정사에게 조사를 맡기거나 외부 손해사정업자에게 위탁합니다. 그런데 보험계약자·피보험자·피해자 쪽에서도 손해사정사를 따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근거는 보험업법 제185조와 보험업감독규정 제9-16조입니다.
비용은 선임 시점에 따라 갈립니다. 보험회사가 손해사정에 착수하기 전에 선임 의사를 알리고 보험회사가 동의했거나(보험업법 제185조 제1항 제2호), 보험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넘게 착수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보수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선임하려는 손해사정사가 동의기준을 충족하면 보험회사는 동의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보험회사 쪽 사정 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나중에 선임하면 선임한 사람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래에서 조문 원문을 기준으로 요건, 절차,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손해사정은 원래 누가 하나요
보험업법 제185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험회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손해사정사 또는 손해사정업자를 선임하여 그 업무를 위탁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보험회사는 손해보험상품(보증보험 제외)이나 제3보험상품을 파는 회사입니다(보험업법 시행령 제96조의3 제1항).
그리고 같은 항 단서 제2호가 예외를 둡니다. 보험계약자 등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손해사정사를 따로 선임하고 보험회사가 동의한 경우입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손해사정사 선임제도" 또는 "독립손해사정사 선임"의 근거입니다.
손해사정사가 하는 일은 보험업법 제188조에 다섯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 손해 발생 사실의 확인
- 보험약관 및 관계 법규 적용의 적정성 판단
- 손해액 및 보험금의 사정
- 위 1~3호 업무와 관련된 서류의 작성·제출 대행
- 위 1~3호 업무 수행과 관련된 보험회사에 대한 의견 진술
보험회사가 쓰는 손해사정사든 계약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든 이 범위 안에서 일합니다.
누가 선임할 수 있나요
보험업감독규정 제9-16조 제1항은 "보험계약자 등"을 보험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피해자, 그 밖에 보험사고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로 정합니다. 가입자 본인만이 아니라, 배상책임보험 사고의 피해자도 선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언제 선임하느냐에 따라 비용 부담이 달라집니다
감독규정 제9-16조는 선임 시점을 세 가지로 나누고, 제5항에서 보수 부담 원칙을 정합니다.
| 선임 상황 | 근거 | 보수 부담(원칙) |
|---|---|---|
| 보험회사가 손해사정에 착수하기 전에 선임 의사를 보험회사에 통보 | 감독규정 제9-16조 제2항 | 보험회사 |
| 보험회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사고 통보(제3보험은 접수 완료일)부터 7일이 지나도 손해사정에 착수하지 않음 | 제9-16조 제4항 제1호 | 보험회사 |
| 보험회사가 고용·선임한 손해사정사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거나 별도 사정이 필요함 | 제9-16조 제4항 제2호 | 선임한 보험계약자 등 |
제5항 원문은 이렇습니다.
보험계약자 등이 제2항 및 제4항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보수는 보험회사가 부담하고 보험계약자 등이 제4항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보수는 보험계약자 등이 부담함을 원칙으로 한다.
"원칙으로 한다"는 표현이 붙어 있으니, 개별 약관이나 보험회사와의 합의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첫 번째 줄의 경우에도 보험회사의 동의가 전제라는 점(보험업법 제185조 제1항 제2호)을 함께 봐야 합니다.
보험회사는 어떤 기준이면 동의해야 하나요
2024년 개정으로 보험업법 제185조 제2항이 생겼습니다. 보험계약자 등이 선임하려는 손해사정사가 금융위원회가 정한 동의기준을 충족하면 보험회사는 동의하여야 합니다. 그 동의기준은 감독규정 제9-16조 제3항에 네 가지로 적혀 있고,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보험업법 제187조에 따라 적법하게 등록한 손해사정사일 것
- 보험업법 제186조의2에 따른 교육을 이수했을 것
- 손해배상보장예탁금을 예탁했거나 인허가보증보험에 가입했을 것(감독규정 제9-21조의2)
- 보험협회가 마련한 보험회사 표준동의기준에 부합할 것
넷째 요건 때문에 실제 동의 여부는 상품과 보험회사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2023년 11월 29일 낸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 선임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을 보험금 청구 접수 후 3영업일에서 10영업일로 늘리되, 청구권자가 요청한 건에만 적용한다
- 3영업일을 넘는 기간(최대 7영업일)은 표준약관상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본다
- 2024년 1분기 모범규준 개정을 거쳐 2024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보도자료가 든 안내문 예시에는 "회사가 정하는 보험계약(예: 실손보험)"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즉, 모든 상품에 같은 조건이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선임을 생각한다면 보험금을 청구할 때 해당 보험회사에 동의기준과 판단 기한을 먼저 물어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보험회사가 청구 단계에서 먼저 설명해야 하는 것
보험회사는 보험금 청구 단계에서 손해사정에 관해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보험업법 제95조의2 제3항, 보험업법 시행령 제42조의2 제3항 제2호 다목). 설명할 항목은 감독규정 제4-35조의2 제9항에 적혀 있습니다. 청구할 때 아래 항목을 안내받았는지 확인해 보세요.
- 이번 사고와 청구가 손해사정 대상인지
- 대상이라면 따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과 비용 부담 원칙(감독규정 제9-16조 제5항)
- 선임하려는 경우 보험회사의 동의기준
- 보험회사가 선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와 근거
- 따로 선임하지 않으면 보험회사 소속 또는 위탁 손해사정사가 손해사정을 한다는 사실

선임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 보험회사 안내 확인 — 손해사정 대상인지, 동의기준과 선임 판단 기한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합니다.
- 등록 여부 확인 — 금융감독원 손해사정업 등록여부 조회에서 상호명·대표자명·등록번호로 찾아봅니다. 결과 표에 영위종목과 "손해배상보장 예탁증서 발행여부"가 나오는데, 뒤의 항목은 동의기준 셋째 요건과 직결됩니다.
- 위임계약 체결 — 업무 범위, 보수 기준(총액 기준인지 증액분 기준인지), 보험회사 부담으로 처리되지 않을 때 누가 내는지를 서면으로 정합니다.
- 보험회사에 통보 — 선임하면 지체 없이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고, 선임된 손해사정사가 대리해서 통보할 수 있습니다(감독규정 제9-16조 제6항).
- 손해사정서 교부 — 보험계약자 등이 선임한 손해사정사는 업무를 마친 뒤 지체 없이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 등에게 손해사정서를 내어 주고 중요한 내용을 알려야 합니다(보험업법 제189조 제2항).
- 보험회사의 처리 — 보험회사는 손해사정사가 낸 손해사정서의 접수를 거절하지 못합니다(감독규정 제9-21조 제1항). 내용을 고쳐 달라고 하려면 접수일부터 10일 이내에 구체적인 사유와 근거를 밝혀 요청해야 하고(같은 조 제3항), 지급이 늦어지는 사유가 있으면 10일 이내에 청구권자에게 알려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선임한 손해사정사가 할 수 없는 일
선임한 손해사정사라고 해서 "내 편에서 협상해 주는 대리인"은 아닙니다. 보험업법 제189조 제3항은 손해사정사(보조인 포함)가 보험회사든 보험계약자 등이든 어느 일방에 유리하도록 손해사정을 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제1호의2). 보험금 지급을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합의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됩니다(제6호).
대법원도 손해사정사의 업무 범위를 좁게 봅니다.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은 손해사정사가 보수를 받기로 하고 피해자 측을 대리해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손해배상액 결정에 관해 중재·화해를 주선하는 등으로 관여하는 것은 손해사정사의 업무 범위(보험업법 제188조)에 속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사건에서 그런 행위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 위반으로 판단됐습니다.
정리하면, 선임한 손해사정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손해 사실과 손해액을 근거를 갖춰 다시 사정하고, 그 손해사정서를 보험회사에 제출하고 의견을 진술하는 일입니다. 보험금 액수를 놓고 대신 합의를 해 주는 일은 아닙니다.
보수는 얼마인가요
법령에 정해진 손해사정 보수 기준은 현재 없습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있던 제9-17조(보수)는 2014년 12월 31일 삭제됐습니다. 보험회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수는 계약으로 정하게 되므로, 기준 금액을 무엇으로 잡는지가 실수령액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예시(가정): 보험회사 제시액이 2,000만 원이었는데 재사정 결과 2,600만 원으로 확정됐고, 보수율을 10%로 약정했다고 가정합니다. 비율은 설명을 위해 임의로 정한 숫자입니다.
| 보수 기준(가정) | 보수 | 실수령액 | 보험회사 제시액 대비 |
|---|---|---|---|
| 확정 보험금 총액의 10% | 260만 원 | 2,340만 원 | +340만 원 |
| 증액분(600만 원)의 10% | 60만 원 | 2,540만 원 | +540만 원 |
위 예시처럼 같은 10%라도 기준에 따라 보수가 200만 원 차이 납니다. 반대로 재사정 결과가 제시액과 비슷하게 나오면 보수만큼 손해일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기준 금액과 "증액이 없을 때의 보수"를 적어 두는 것이 분쟁을 줄입니다.
선임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
손해사정 결과에 이견이 있을 때 금융감독원장에게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6조). 신청 후 30일 안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조정위원회에 회부되고, 위원회는 60일 안에 조정안을 작성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제5항). 일반금융소비자가 신청한 2천만 원 이하 사건은 조정안을 제시받기 전까지 금융회사가 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같은 법 제42조, 같은 법 시행령 제36조).
선임과 분쟁조정은 어느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고 초기에는 선임 여부를, 결과가 나온 뒤에는 이의 제기와 분쟁조정을 검토하는 식으로 단계가 다릅니다. 손해사정사의 등록과 자격을 확인하는 방법은 손해사정사 자격·등록 확인법 글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최근 변경 사항 (2026-09-28 확인)
- 보험업법 개정(2024. 2. 6. 공포, 2024. 8. 7. 시행): 보험업법 제185조 제1항 제2호에 "보험회사가 이에 동의한 경우"라는 문구가 들어가고, 제2항(동의기준을 충족하면 보험회사가 동의할 의무)과 제3항~제5항(직접 손해사정 시 준수사항, 위탁 시 준수사항, 위탁 시 불공정행위 금지)이 신설됐습니다. 선임한 손해사정사도 어느 일방에 유리하게 사정해서는 안 된다는 보험업법 제189조 제3항 제1호의2도 이때 생겼습니다.
-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2024. 7. 2.): 시행령 제96조의3에 손해사정서 교부 방법, 위탁기준에 들어갈 사항, 자회사 위탁 공시 기준 비율 등이 들어갔습니다.
- 보험업감독규정 개정(2024. 7. 29.): 제9-16조 제3항(동의기준 4요건)과 제4항(별도 선임 사유)이 신설되고 제2항·제5항이 개정됐습니다.
- 2026년 9월 8일 공포된 보험업법 개정(2027. 3. 9. 시행 예정)은 손해사정 조항(제185조~제189조)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 보험업법 제185조(손해사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 보험업법 제188조(손해사정사 등의 업무)
- 보험업법 제189조(손해사정사의 의무 등)
- 보험업법 시행령 제96조의3(손해사정)
- 보험업감독규정(제9-16조, 제9-21조, 제4-35조의2) — 국가법령정보센터
-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6조(분쟁의 조정)
- 금융위원회 「보험업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 규정변경예고(2024. 4. 12.)
-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보도자료 「손해사정 업무위탁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 추진(2023. 11. 29., 보험연구원 게시본)
- 금융감독원 손해사정업·보험계리업 등록여부 조회
-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1도10046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글의 법령·자료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