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때 옥상 마감재가 떨어져 차가 부서졌다면, "천재지변이라 책임이 없다"는 말만으로 배상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758조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어 손해가 나면 점유자(점유자가 주의를 다했으면 소유자)가 배상하도록 하고, 대법원은 하자가 인정되면 "하자가 없었어도 피할 수 없었다"는 불가항력을 점유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책임이 인정돼도 태풍이라는 자연력이 손해에 기여한 부분과 차주의 부주의는 배상액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결국 쟁점은 마감재 고정 상태에 하자가 있었는지, 누가 점유자인지, 얼마나 깎이는지 세 가지입니다.
관리사무소가 "천재지변이라 면책"이라고 하면 끝인가요?
아닙니다. 민법 제758조 제1항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해태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 하자는 공작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말합니다. 대법원은 하자가 있다는 점은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지만, 일단 하자가 인정되면 손해가 천재지변의 불가항력 때문이었고 하자가 없었어도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점유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집중호우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불가항력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48 판결).
태풍 사고에 옮겨 보면, 관리 측이 면책되려면 "강풍이 불었다"를 넘어 "마감재가 통상 요구되는 수준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그래도 이번 바람은 막을 수 없었다"를 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마감재 고정 상태와 보수 이력이 분쟁의 출발점이 됩니다.
하자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마감재가 제대로 시공·관리되어 있었는데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의 바람에 떨어졌다면, 공작물책임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해 차주는 건물 측에 배상을 받기 어렵고, 자기 차량 보험으로 처리하는 길이 남습니다. 어느 쪽인지는 뜯겨 나간 부위의 고정 방식, 부식·들뜸 같은 노후 상태, 최근 방수·보수 공사 기록, 사고 당시 기상 기록을 함께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라면 누구에게 청구하나요? 점유자와 소유자
민법 제758조는 1차로 점유자, 점유자가 손해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다했다면 2차로 소유자가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아파트 공용부분에서는 누가 점유자인지가 실제로 다퉈집니다.
강풍에 아파트 15층 복도 난간 창문이 창틀에서 이탈해 주차 차량을 부순 사건에서, 자동차보험사가 수리비를 지급한 뒤 그 창문 앞 세대 소유자에게 구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그 아파트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사무소를 통해 공용부분을 관리해 왔고, 복도 전체에 같은 형식의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창문의 점유자를 입주자대표회의로 봤습니다. 그리고 점유자가 면책되었다는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세대 소유자에게는 민법 제758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나61067 판결). 하급심 판결이고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옥상처럼 공용부분에서 떨어진 물건이라면 개별 세대보다 공용부분을 관리하는 쪽을 먼저 상대로 잡는 편이 맞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점유자나 소유자가 배상한 뒤에는 손해의 원인에 책임 있는 사람, 예컨대 부실 시공한 업체에 구상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58조 제3항). 피해 차주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지만, 관리 측이 "시공사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1차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두면 좋습니다.
책임이 인정돼도 전액을 못 받는 이유: 자연력 기여분과 과실상계
두 가지가 배상액을 줄입니다.
첫째, 자연력 기여분입니다. 대법원은 태풍(해일)에 의한 침수와 가해자 측 과실이 겹쳐 손해가 난 사건에서, 가해자의 배상 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자연력이 기여한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로 제한해야 한다고 보고, 태풍 셀마 때 해안도로에 쌓아 둔 철재와 석괴가 바닷물과 함께 공장에 들어가 설비를 부순 사안에서 배상 범위를 50%로 본 원심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이 사건은 공작물책임이 아니라 자재를 방치한 과실책임 사건이고, 50%는 그 사건의 사정에 따른 비율입니다. 다른 사고에 그대로 옮길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
둘째, 피해자 과실입니다. 민법 제396조의 과실상계는 같은 법 제763조에 따라 불법행위에도 준용됩니다. 강풍 특보가 나오고 관리사무소가 차량 이동 안내 방송을 했는데도 낙하 위험이 있는 곳에 차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 사정이 차주 과실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정상 주차구역에 세워 두었고 별다른 안내가 없었다면 과실을 인정할 근거가 약해집니다.
두 요소가 어떻게 겹치는지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예시(가정) 수리비 6,000,000원, 자연력 기여분 30%, 차주 과실 10%로 가정한 경우
| 단계 | 계산 | 금액 |
|---|---|---|
| 손해액 | 수리비 | 6,000,000원 |
| 자연력 기여분 공제 | 6,000,000 × (1 − 0.3) | 4,200,000원 |
| 차주 과실상계 | 4,200,000 × (1 − 0.1) | 3,780,000원 |
실제 판결에서는 두 요소를 합쳐 하나의 책임 비율로 정하기도 하므로, 위 표는 구조를 보여 주는 예시일 뿐입니다.

자차보험으로 먼저 고칠까, 건물 측에 청구할까?
길은 두 가지입니다.
- 내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로 먼저 수리: 보험사가 수리비를 지급하면, 지급한 금액 한도에서 차주가 건물 측에 가진 배상청구권을 보험사가 넘겨받아 구상합니다(상법 제682조). 위의 창문 낙하 사건도 이렇게 자동차보험사가 구상한 사건입니다. 손해보험협회에 게시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은 자기차량손해의 면책 사유로 "지진, 분화 등 천재지변"을 들고(제23조), 보상하는 '사고'의 구체적 범위는 개별 보험회사 약관에 맡기고 있습니다(제21조). 떨어진 물체에 의한 파손이 보상되는지, 자기부담금은 얼마인지는 내 보험사 약관과 증권으로 확인하세요(자동차보험 표준약관).
- 건물 측 배상책임보험으로 청구: 입주자대표회의나 건물주가 시설 소유·관리자 배상책임보험 또는 화재보험의 배상책임 특약에 가입했다면, 그 보험사가 민법 제758조 책임 여부와 과실 비율을 심사해 대물 배상금을 지급합니다. 피해자는 보험금액 한도에서 그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상법 제724조 제2항). 가입 여부와 보험사는 관리사무소에 물어 확인합니다.
자차로 먼저 처리하면 수리가 빠른 대신 자기부담금과 이후 보험료 영향이 생길 수 있고, 건물 측 청구는 책임을 다투는 동안 시간이 걸립니다. 자차로 처리하더라도 자기부담금처럼 보험으로 채워지지 않은 손해는 차주 본인이 건물 측에 따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 모아 둘 증거와 청구 기한
책임을 다툴 때 결론을 가르는 것은 사고 직후 기록입니다.
| 확인할 것 | 방법 |
|---|---|
| 떨어진 마감재와 원래 붙어 있던 부위 | 낙하물 실물·사진, 옥상 파손 부위 사진(관리사무소에 촬영 협조 요청) |
| 고정 상태·노후 여부 | 못·앵커 부식, 접착면 상태, 최근 방수·보수 공사 내역 |
| 기상 상황 | 기상청 특보 발표 시각과 내용(기상청 특보 통보문), 인근 관측소 풍속 기록 |
| 주차 위치와 안내 여부 | 주차 위치 사진, CCTV 보존 요청, 관리사무소 안내 방송·문자 시각 |
| 차량 손해 | 수리 견적서, 사고 차량 사진, 렌트·견인 비용 영수증 |
| 보험 관계 | 내 자동차보험 증권, 건물 측 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보험사 |
CCTV는 저장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으니 사고 당일 보존을 요청해 두세요. 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사고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민법 제766조).
손해사정 검토가 필요한 경우
수리비가 크지 않고 자차로 처리할 수 있다면 자차 보험사의 구상에 맡기는 편이 시간과 비용 면에서 낫습니다. 반면 차량 손해가 크고 관리 측이 불가항력을 이유로 책임을 전부 부인하는 경우, 누가 점유자인지 다툼이 있는 경우, 자연력 기여분과 과실 비율을 두고 금액 차이가 큰 경우에는 하자 입증 자료와 손해액을 정리해 검토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 민법 제758조 (공작물등의 점유자, 소유자의 책임)
-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 민법 제763조 (준용규정)
- 민법 제766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 상법 제682조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 상법 제724조 (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
- 대법원 1982. 8. 24. 선고 82다카348 판결 — 불가항력의 증명책임
-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다52122 판결 — 자연력 기여분 공제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나61067 판결 — 강풍 창문 낙하, 공용부분 점유자
-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 기상청 날씨누리 특보 통보문
이 글의 법령·자료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