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거나 판 제품 때문에 손님이 다치거나 물건이 망가졌다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보험사에 알리고, 제품과 생산 기록을 보존하고, 보험사와 협의하기 전에는 피해자와 금액을 확정하지 않습니다.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보험)은 제품의 결함으로 제3자에게 생긴 손해를 사업자 대신 배상해 주는 책임보험이라,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확인되고 배상액이 정해져야 보험금이 나옵니다. 제품 자체의 교환·환불 비용은 법이 정한 배상 범위에서 빠져 있다는 점도 처음부터 알고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알아둘 법: 제조물 책임법이 정한 책임의 범위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은 제조업자가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면서, 괄호 안에 "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전기포트가 과열돼 주방 벽지와 가구가 탔다면 벽지와 가구는 배상 대상이지만, 포트 자체의 값은 이 법의 배상 범위가 아닙니다.
소상공인이 특히 확인할 부분은 세 가지입니다.
- 결함의 종류: 같은 법 제2조는 결함을 제조상·설계상·표시상 결함으로 나눕니다. 표시상 결함은 합리적인 설명·지시·경고를 했더라면 피해를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소스·밀키트·화장품처럼 몸에 닿는 제품은 알레르기 성분, 보관 온도, 사용 시 주의 문구가 여기서 다퉈집니다.
- 누가 제조업자인가: 직접 만들지 않았더라도 제품에 내 상호·상표를 붙여 제조업자로 표시했다면 같은 법 제2조 제3호 나목의 제조업자에 해당합니다. OEM으로 만들어 내 브랜드로 파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제조업자를 알 수 없을 때는 영리 목적으로 판 판매업자가 배상하되, 피해자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안에 제조업자나 공급자를 알려주면 책임을 면합니다(제3조 제3항).
- 결함 추정: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중에 손해가 났고, 그 원인이 제조업자의 실질적 지배영역에 있으며, 결함 없이는 통상 생기지 않는 손해라는 점을 증명하면 결함과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이 추정을 깨려면 제조업자가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을 증명해야 합니다(같은 법 제3조의2).
반대로 제조업자가 면책을 주장할 수 있는 사유도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공급하지 않았다는 사실, 공급 당시 과학·기술 수준으로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당시 법령 기준을 지켜서 생긴 결함이라는 사실, 부품을 납품했는데 완성품 제조업자의 설계·지시 때문에 결함이 생겼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제4조 제1항). 다만 공급 후 결함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손해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뒤의 세 가지 면책은 주장할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2항). 결함을 알면서 조치하지 않아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난 경우에는 손해의 3배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규정(제3조 제2항)도 있어, 결함 신고가 들어왔을 때 판매를 멈추고 기록을 남기는 일이 곧 법적 방어가 됩니다.

1단계: 사고를 알게 되면 바로 보험사에 알리기
피해자 연락을 받은 날이 곧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 날입니다. 상법은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배상청구를 받으면 지체 없이 보험자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이를 게을리해 손해가 늘어난 부분은 보험자가 보상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사고 발생 통지(상법 제657조 제1항)를 이미 보냈다면 이 불이익은 없습니다(상법 제722조). 사고 발생 자체를 알게 된 때의 통지의무도 따로 있습니다(상법 제657조).
피해자가 화를 내는 자리에서 "전부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 주면 나중에 보험사와 보상 범위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과와 치료 안내는 하되, 배상 금액이나 책임 인정은 보험사 안내를 받은 뒤로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2단계: 제품·기록·피해 자료를 보존하기
결함과 인과관계를 따지는 단계에서 쓰일 자료를 이때 모읍니다. 제품이 버려지면 원인을 가릴 방법이 크게 줄어듭니다.
| 구분 | 챙길 자료 |
|---|---|
| 사고 제품 | 실물(가능하면 회수·보관), 포장재, 잔여물 사진, 제조일자·로트 번호 |
| 생산 기록 | 원재료 입고 내역, 제조·위생 점검 기록, 같은 로트 판매 내역과 다른 신고 유무 |
| 표시 | 라벨·설명서의 경고 문구와 사용법 표기 사진 |
| 피해 자료 |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소득 자료(휴업손해 청구 시), 파손된 물건 사진과 수리 견적 |
| 계약 서류 | PL보험 증권, 보상한도와 자기부담금(공제금), 원재료 납품 계약서 |
피해자가 제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잔여물이나 포장재라도 사진으로 남겨 달라고 요청하고, 그 요청을 문자로 기록해 두세요. 상법은 손해를 막거나 줄이는 데 들어간 필요·유익한 비용을 보험금액을 넘더라도 보험자가 부담하도록 정합니다(상법 제680조). 다만 대법원은 이 손해방지비용이 원칙적으로 보험사고가 이미 발생한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01085 판결). 그래서 같은 로트 제품의 판매 중단이나 회수처럼 앞으로 생길 다른 사고를 막는 비용은 이 조항으로 보상되지 않을 수 있고, 보상 여부는 증권의 보상하지 않는 손해 항목을 확인해야 합니다. 보상과 별개로 판매 중단은 결함을 안 뒤의 조치 의무(제조물 책임법 제4조 제2항)와 관련이 있으니 기록과 함께 진행합니다.
3단계: 조사와 손해액 산정 — 무엇이 보상되고 무엇이 빠지나
보험사가 조사자나 손해사정사를 배정하면, 먼저 제품 결함 때문인지 보관 부주의나 잘못된 사용 때문인지를 가리고, 그다음 배상할 손해액을 계산합니다.
- 신체 손해: 치료비, 치료 기간의 휴업손해, 위자료
- 재산 손해: 결함 때문에 망가진 다른 물건의 수리·교체비
- 빠지는 것: 제품 자체의 손해(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1항 괄호). 리콜·회수 비용이 보상되는지는 법이 아니라 가입한 약관이 정하므로, 증권의 보상하지 않는 손해 항목을 확인하세요.
피해자가 설명서의 경고를 무시하고 쓰다 다쳤다면 배상액을 줄이는 사유가 됩니다. 제조물 책임법에 없는 사항은 민법을 따르므로(같은 법 제8조), 피해자 과실은 민법의 과실상계로 반영됩니다. 다만 경고 문구 자체가 부족했다면 그건 표시상 결함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에, 라벨 사진이 이 단계에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아래는 숫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여 주기 위한 예시입니다.
예시(가정) 수제 소스를 먹은 손님이 장염으로 치료받고 12일간 일을 못 한 경우
| 항목 | 금액 |
|---|---|
| 치료비 | 1,800,000원 |
| 휴업손해 (하루 100,000원 × 12일) | 1,200,000원 |
| 위자료 (가정) | 500,000원 |
| 손해 합계 | 3,500,000원 |
| 피해자 과실 20% 가정 시 배상액 (3,500,000 × 0.8) | 2,800,000원 |
| 자기부담금 100,000원 가정 시 보험금 | 2,700,000원 |
실제로는 위자료를 과실과 따로 정하는 등 계산 방식이 사안마다 다르고, 자기부담금과 보상한도는 가입한 증권에 적힌 금액을 따릅니다.

4단계: 합의 — 보험사 동의 없이 금액을 정하면 생기는 일
손해액이 나오면 피해자와 합의를 합니다. 이때 사업자가 먼저 합의금을 정해 지급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상법은 피보험자가 보험자 동의 없이 변제·승인·화해를 했더라도, 그 행위가 현저하게 부당한 것이 아니면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상법 제723조 제3항). 거꾸로 말하면 합의 금액이 법률상 배상액보다 크게 높으면 "현저하게 부당하다"는 다툼이 생기고, 그 차액은 사업자가 떠안을 수 있습니다. 소액이라도 금액을 확정하기 전에 보험사에 먼저 알리는 이유입니다.
피해자가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보험사에 직접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상법 제724조 제2항은 제3자가 보험금액 한도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이 경우 보험자는 피보험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하며 피보험자는 서류·증거 제출에 협조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제4항). 또 보험자는 피해자가 배상을 받기 전에는 보험금을 피보험자에게 지급하지 못합니다(같은 조 제1항). 사업자가 먼저 배상했다면 그 증빙을 내고 보험금을 받게 됩니다.
피해자가 소송을 걸어 오면 변호사 비용 같은 방어비용도 확인하세요. 피보험자가 제3자의 청구를 방어하려고 쓴 재판상·재판 외 필요비용은 보험의 목적에 포함되고, 보험자에게 선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720조).
합의서에는 사고 일시·제품·지급 금액과 함께 같은 사고로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합의가 끝내 안 되면 선택지는 이렇습니다.
- 피해자와 사업자 사이: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합의권고)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조정(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안내), 법원 민사조정·소송
- 사업자와 보험사 사이(보상 거절, 금액 이견):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금융민원 신청 안내). 조정 신청 후 30일 안에 합의가 안 되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되고, 위원회는 60일 안에 조정안을 작성합니다(금융소비자보호법 제36조 제4항·제5항).
5단계: 지급 이후 — 구상과 재발 방지
보험금이 지급되면 사고 처리는 끝나지만, 원인이 납품받은 원재료나 부품 불량이었다면 한 단계가 더 남습니다. 같은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둘 이상이면 연대해서 책임을 지고(제조물 책임법 제5조),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지급한 금액 한도에서 피보험자가 제3자에게 가진 권리를 넘겨받습니다(상법 제682조). 보험사가 원재료 공급업체에 구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납품 계약서와 입고 기록을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지급이 끝난 뒤에는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라벨 문구, 보관 기준, 원재료 검수 기록을 손보고, 보상한도가 실제 위험에 맞는지 다시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피해자는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요?
제조물 책임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하고, 제조업자가 그 제품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몸에 쌓이는 물질에 의한 손해나 잠복기가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는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셉니다(같은 법 제7조). 사업자 입장에서는 몇 년 전에 판 제품에 대해서도 청구가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라, 생산 기록 보관 기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좋습니다.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약관이나 설명서에 넣으면 되지 않나요?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무효입니다. 예외는 자기 영업에 쓰려고 제품을 공급받은 사업자가 자기 영업용 재산의 손해에 관해 맺은 특약뿐입니다(같은 법 제6조).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는 이런 문구가 효력이 없습니다.
소상공인이 PL보험에 가입할 방법은 있나요?
일반 손해보험사 상품 외에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PL 단체보험이 있습니다. 가입 대상은 완성품·부품 제조업자, 수입업자, 공급·판매업자, 명의표시 판매업자 등이고, 일부 지자체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합니다. 지원 지역과 비율은 해마다 바뀌니 중소기업중앙회 PL보험 안내에서 최신 내용을 확인하세요.
참고한 공식 자료
- 제조물 책임법 제3조 (제조물 책임)
- 제조물 책임법 제3조의2 (결함 등의 추정)
- 제조물 책임법 제4조 (면책사유)
- 제조물 책임법 제7조 (소멸시효 등)
- 상법 제722조 (피보험자의 배상청구 사실 통지의무)
- 상법 제723조 (피보험자의 변제 등의 통지와 보험금액의 지급)
- 상법 제724조 (보험자와 제3자와의 관계)
- 상법 제720조 (피보험자가 지출한 방어비용의 부담)
- 상법 제680조 (손해방지의무)
- 상법 제682조 (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 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다201085 판결 — 손해방지비용의 의미
-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36조 (분쟁의 조정)
- 금융감독원 금융민원 신청 안내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한국소비자원 이용하기
- 중소기업중앙회 PL보험 안내
이 글의 법령·자료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