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를 집 안에서 충전하는 집이 많습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난 불은 번지는 속도가 빨라서, 불이 꺼진 뒤에는 "누구 책임인가"와 "어느 보험으로 처리하나"를 한꺼번에 따져야 합니다. 통계와 실제 사고, 제조물 책임법, 보험 처리 순서로 정리합니다.
순식간에 번지는 열폭주, 통계가 보여주는 충전 습관
리튬이온 배터리는 과충전이나 충격 손상, 고온 방치 등으로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오르면 연쇄적으로 타들어 가는 열폭주가 일어납니다. 한 번 시작되면 순식간에 번집니다.
소방청 집계(정책브리핑 2025년 7월 15일)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678건 났고, 그중 485건이 전동킥보드였습니다. 기간이 다른 소방청 분석(서울신문 2024년 7월 21일 보도)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612건 가운데 312건(51%)이 과충전 상태에서 난 불이었습니다. 두 집계는 조사 기간이 다르지만, 충전 중에 불이 많이 난다는 점은 같습니다.
충전 장소도 문제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6년 4월 발표한 조사에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동킥보드·전기자전거 화재는 650건이었고, 전기자전거 화재는 2024년 29건에서 2025년 61건으로 늘었습니다. 이용자 237명 중 164명(69.2%)이 주로 집 안에서 충전했고, 집 안 충전 장소는 현관이 55명(33.5%)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소비자원은 현관에서 충전하다 열폭주가 나면 대피로가 막힌다고 경고했습니다.
2명이 숨진 아파트 화재, 감정 결과가 말한 것
2025년 8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습니다(머니투데이 2026년 3월 24일 보도). 소방서 화재발생종합보고서는 집 안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스쿠터 리튬이온 배터리팩에서 불이 시작돼 급격한 열폭주로 확대됐다고 봤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배터리팩 내부의 전기적 발열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배터리팩과 충전기에서 사용자가 임의로 개조한 흔적이 식별되지 않고, 충전기 오용에 의한 과충전 가능성은 배제된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유족은 2025년 12월 업체와 대표를 고소했고, 경찰은 2026년 3월 초 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 단계입니다. 제품 결함 여부와 민사상 배상 책임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개조 흔적이 없고 충전기를 잘못 쓰지 않았다"는 감정 내용이 왜 중요한지는 아래 법 조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조물 책임법의 결함 추정, 피해자가 증명할 세 가지
제조사 책임을 묻는 근거는 제조물 책임법 제3조입니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재산에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다만 그 제조물 자체에만 생긴 손해는 제외됩니다. 타 버린 킥보드 값은 이 법의 대상이 아니고, 불이 번져 탄 집과 가재도구, 다친 사람의 손해가 대상입니다. 제조업자를 알 수 없으면 판매하거나 대여한 공급자가 책임질 수 있습니다.
결함을 피해자가 직접 밝히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같은 법 제3조의2(결함 등의 추정)는 피해자가 아래 세 가지를 증명하면 공급 당시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 제조물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 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영역에 속한 원인에서 초래됐다는 사실
- 그 손해가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제조업자가 다른 원인을 증명하면 추정은 깨집니다. 비정품 충전기를 썼거나 배터리를 임의로 개조한 사정이 확인되면 첫 번째 요건부터 증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정품 충전기를 썼는지, 개조하지 않았는지가 '정상 사용'의 증거가 되는 이유입니다.
청구 기한도 있습니다. 제7조에 따라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안 날부터 3년,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입니다. 전기장판 화재에서 사용설명서의 경고를 지켰는지에 따라 과실 비율이 갈린 판결은 전기매트 위 라텍스 화재, 탄 자국으로 밝히는 원인과 과실 비율에서 다뤘습니다.

내 화재보험으로 먼저 보상받고, 보험사가 제조사에 구상
제조사 책임이 가려지기 전이라도 주택화재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먼저 내 보험으로 보상을 청구합니다. 원인이 제품 결함으로 밝혀지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상법 제682조(보험자대위)에 따라 제조사에 구상합니다.
불이 이웃집으로 번졌을 때의 배상책임과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른 감액 청구는 멀티탭 과부하 화재 손해사정 — 탄 멀티탭 보상과 이웃 배상책임 절차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전동킥보드 예외부터 확인
이웃 피해를 배상할 때 흔히 떠올리는 것이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입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2024년 5월 안내에서 이 특약이 보상하지 않는 손해의 예로 직무 수행 중 사고와 함께 '전동킥보드로 인한 손해'를 들었습니다.
타고 가다 낸 사고가 아니라 충전 중 화재로 이웃에게 피해를 준 경우까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약관 문구와 가입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증권과 약관의 '보상하지 않는 손해' 항목을 확인하고, 보험사에 문의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불이 난 뒤 챙길 증거 체크리스트
원인 감식과 구상은 남은 물건과 기록에서 출발합니다.
- 탄 배터리, 충전기, 본체를 버리지 않고 보관
- 제품 모델명, KC 인증, 구입 시기와 구입처 기록
- 정품 충전기 사용 여부와 개조·수리 이력 정리
- 충전 장소와 충전 시간 기록
- 소방의 화재조사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따른 소방서 화재증명원 발급
- 보험 증권에서 화재보험과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 가입 여부 확인
화재증명원은 이해관계인이 신청하면 소방관서장이 발급해야 하는 서류입니다. 정부24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하거나 소방서를 방문해 받습니다. 보험금 청구와 구상 모두 이 서류에서 시작하므로, 불이 꺼지면 먼저 챙깁니다. 탄 배터리와 충전기는 감식이 끝난 뒤에도 보험사와 협의가 끝날 때까지 보관해 둡니다. 제조사에 책임을 물을 때 제품을 특정하고 원인을 따지는 물증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피로를 지키는 충전 수칙
소방청과 한국소비자원이 권고하는 예방수칙입니다.
- KC 인증 제품과 정품 충전기 사용
- 충전이 끝나면 플러그 뽑기
- 외출이나 취침 중에는 충전하지 않기
- 현관이나 비상구 근처에서 충전하지 않기
- 타는 냄새, 부풀음, 과도한 열이 느껴지면 즉시 사용 중단
- 배터리 임의 개조 금지
- 보관은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해 서늘한 곳에
- 버릴 때는 단자를 절연테이프로 감싸 지자체 수거함이나 제조사 회수 경로로
배터리 불은 대피로부터 막습니다. 충전 습관이 예방이고, 탄 배터리와 사용 기록이 책임을 가리는 증거입니다. 오늘 밤 충전 자리가 현관이라면, 그 자리부터 옮겨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