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사고가 나서 손해사정사가 온다고 했는데, 막상 현장에 온 분의 명함을 보니 '보조인'이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뭔지, 이 사람한테 조사를 받아도 되는 건지 헷갈리실 겁니다.
지난 글에서 손해사정사와 보조인의 역할 차이를 간단히 다뤘는데, 오늘은 보조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문인 제도와의 차이, 자격 확인하는 방법까지 알려드릴게요.
보조인은 어떤 사람인가요?
보조인은 손해사정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하면, 손해사정사 밑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보조인이 되려면 금융감독원에 등록해야 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보험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일정 기간 실무 경험이 있거나, 관련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등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손해사정사와 같은 수준의 자격은 아닙니다. 손해사정사는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보조인은 등록제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보조인이 하는 일
실제 현장에서 보조인이 하는 업무 범위는 이렇습니다.
사고 현장에 방문해서 사진을 촬영하고 피해 상태를 기록합니다. 피해 물품 목록을 작성하고, 수리 견적서를 수집합니다. 사고 관계자를 만나서 사고 경위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다만, 핵심적인 판단 업무는 보조인이 할 수 없습니다. 보험금을 얼마로 산정할지, 약관상 보장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반드시 손해사정사가 해야 합니다. 보조인이 "보험금이 이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라고 이야기하더라도, 이건 최종 결정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이 부분을 혼동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보조인이 현장에서 말한 금액이 최종 금액이 아닐 수 있다는 걸 기억해두세요.
전문인 제도는 뭐가 다를까?
보조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으로 '전문인'이 있습니다.
전문인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손해사정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건축 전문가, 기계 전문가, 의료 전문가 같은 사람들이 전문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요.
화재 사고에서 건물 구조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면 건축 전문인이 참여하고, 기계 설비 피해를 산정해야 한다면 기계 전문인이 참여하는 식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손해사정사 — 국가 자격, 손해사정 업무 전체를 총괄하고 최종 판단
보조인 — 등록제, 손해사정사의 지시 하에 실무 보조
전문인 — 특정 분야 전문가, 기술적 자문 제공
보조인 자격 확인하는 방법
현장에 온 사람이 정당한 자격을 가진 보조인인지 확인하고 싶으시면,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명함과 소속을 확인하세요. 정상적인 보조인이라면 소속 손해사정 업체의 명함을 가지고 있고, 보조인 등록번호가 있습니다.
둘째,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에서 손해사정 업체와 소속 인력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업체명이나 등록번호로 검색하면 됩니다.
셋째, 보험사 보상 담당자에게 확인하세요. 보험사에서 지정한 손해사정 업체 소속인지, 해당 사건에 배정된 사람이 맞는지 보험사 담당자에게 전화 한 통이면 확인됩니다.
가끔 자격 없이 손해사정 업무에 관여하는 사례가 뉴스에 나오기도 합니다. 큰 금액이 걸린 사고일수록 조사하러 온 사람의 자격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는 게 좋습니다.
보조인이 왔을 때 이렇게 대응하세요
마지막으로 실무에서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보조인이 현장 조사를 나왔다면, 조사 자체를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조인도 손해사정사의 위임을 받아 정당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다만 몇 가지는 챙기세요.
소속 업체와 담당 손해사정사 이름을 물어보세요. 나중에 보고서에 대해 문의할 일이 생기면 손해사정사에게 직접 연락해야 하니까요.
현장에서 보조인이 이야기한 금액은 참고만 하세요. 앞서 말한 대로 최종 금액은 손해사정사가 결정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서명을 요구하면, 서명 전에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세요. 사고 경위서나 확인서에 서명하는 건 괜찮지만, 보험금 합의서에 서명하는 건 충분히 검토한 후에 하셔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 보험 사고 유형별로 접수부터 처리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