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 같은 재물보험은 새로 사거나 다시 짓는 비용이 아니라 사고가 난 때와 곳의 가액, 즉 사용한 기간만큼 가치가 줄어든 시가로 손해액을 계산합니다(상법 제676조 제1항). 그래서 오래된 시설일수록 보험금이 수리비나 신품 가격보다 적게 나옵니다. 이 차이를 메우려면 계약할 때 신품 가격(재조달가액) 기준으로 보상한다는 별도 약정, 흔히 말하는 재조달가액 특약이나 복구비용 지원 특약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특약도 실제로 수리·복구를 하고 정해진 기한 안에 알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가입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보험금은 왜 '시가'로 계산하나요
상법은 손해보험의 손해액 산정 기준을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자가 보상할 손해액은 그 손해가 발생한 때와 곳의 가액에 의하여 산정한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그 신품가액에 의하여 손해액을 산정할 수 있다. — 상법 제676조 제1항
금융감독원이 정한 화재보험 표준약관도 같은 원칙을 씁니다. "회사가 보상할 손해액은 그 손해가 생긴 때와 곳에서의 보험가액에 따라 계산합니다"(화재보험 표준약관 제11조). 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를 메워 주는 계약이라(상법 제665조), 쓰던 물건이 망가졌을 때 새 물건 값을 그대로 주면 사고 전보다 형편이 나아지는 결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두 용어를 구분해 두면 증권을 읽기 쉽습니다.
- 보험가입금액: 계약자와 보험사가 약정한 금액으로,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가 지급할 최대 보험금입니다(표준약관 제2조).
- 보험가액: 보험 목적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한 금액입니다. 실제 지급 보험금은 보험가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표준약관 제2조).
한 손해보험사의 사업장화재보험 약관은 보험가액을 "재조달가액에서 기간경과에 따른 감가상각을 반영한 시가로 계산된 금액"으로 풀어 쓰고, 재조달가액은 "보험목적과 동형·동질의 신품을 재조달하는데 소요되는 금액"이라고 정의합니다. 결국 시가 = 재조달가액 − 감가상각액입니다.
감가상각이 보험금을 얼마나 줄이나요 — 계산 예시(가정)
아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정입니다. 실제 감가율과 적용 방식은 목적물의 종류, 사용 상태, 약관과 손해사정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시(가정): 상가 내부 시설을 8년 전에 설치했고, 지금 같은 사양으로 다시 설치하면 1억 원이 든다. 감가율은 연 5%로 가정해 누적 40%를 적용한다. 보험가입금액은 충분하고 비례보상은 없다고 본다.
| 구분 | 계산 | 금액 |
|---|---|---|
| 재조달가액(신품 기준) | 가정 | 1억 원 |
| 감가상각액 | 1억 원 × 40% | 4,000만 원 |
| 시가(보험가액) | 1억 원 − 4,000만 원 | 6,000만 원 |
| 일부 손해: 신품 자재 기준 수리비 | 가정 | 3,000만 원 |
| 시가 기준 손해액 | 3,000만 원 × (1 − 40%) | 1,800만 원 |
| 특약이 없을 때 자기 부담으로 남는 금액 | 3,000만 원 − 1,800만 원 | 1,200만 원 |
전부 불에 탄 경우라면 시가 기준 손해액은 6,000만 원이 되고, 다시 설치하는 데 드는 1억 원과 4,000만 원 차이가 생깁니다. 수리비 견적과 보험금이 다르게 나오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 차이입니다.
재조달가액(신품가) 특약은 무엇을 바꾸나요
상법 제676조 제1항 단서가 말하는 "다른 약정"이 바로 이런 특약입니다. 상품마다 이름과 구조가 다르므로 두 가지 약관 문언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① 재조달가액을 직접 보상하는 방식 — 한 기업종합보험(헤아림기업종합보험, 2021.4.1. 약관)의 '재조달가액담보 특별약관'
- 적용 대상은 건물, 시설 및 기계장치, 집기비품, 공기구입니다. 원료·반제품·완제품 같은 재고, 상품, 글·그림, 골동품, 예술품 등은 빠집니다(제1조).
- 보험가입금액은 재조달가액의 80%를 넘도록 잡아야 합니다(제4조 제1항).
- 가입금액이 재조달가액의 80% 이상이면 가입금액 한도에서 재조달가액 기준 손해액 전액을, 80% 미만이면 "재조달가액 기준 손해액 × 보험가입금액 ÷ 재조달가액"을 지급합니다(제4조 제2항). 80% 미만일 때 분모가 '80% 해당액'이 아니라 재조달가액 전액이라는 점이 보통약관의 80% 계산식과 다릅니다.
- 보상액은 가입금액, 같은 용도·성능 재산의 재조달가액, 실제 수리·복구에 든 금액 중 가장 적은 금액을 넘지 않습니다(제4조 제3항).
② 시가와 재조달가액의 차액만 따로 보상하는 방식 — 한 손해보험사의 사업장화재보험(2024.1.1. 약관) '건물복구비용지원(화재)보장 특별약관'
- 보험 목적은 건물에 한정되고, 시설·기계장치·집기비품·재고는 제외됩니다(제2조). 시설은 '시설수리비용지원' 특약을 따로 둡니다.
- 기본 화재손해 담보가 시가만큼 보상하고, 이 특약은 재조달가액과 보험가액(시가) 각각으로 계산한 손해액의 차액, 즉 '재조달차액'을 보상합니다(제6조 제1항).
- 지급액은 특약 가입금액, 재조달가액이 보험가액을 초과하는 금액, 실제 수리·복구비가 보험가액 기준 손해액을 넘는 금액을 넘을 수 없습니다(제5조 제1항).

특약이 있으면 얼마나 달라지나요 — 계산 예시(가정)
앞의 예시(수리비 3,000만 원, 시가 기준 손해액 1,800만 원)를 그대로 쓰고, 재조달가액 1억 원인 시설에 ①번 방식 특약이 붙어 있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로 같은 장소에서 수리했고, 기한 안에 서면 통지를 했다고 봅니다.
| 가정 | 계산 | 보험금 |
|---|---|---|
| 특약 없음 | 시가 기준 손해액 | 1,800만 원 |
| 특약 있음, 가입금액 9,000만 원(재조달가액의 90%) | 80% 이상이므로 재조달가액 기준 손해액 전액 | 3,000만 원 |
| 특약 있음, 가입금액 7,000만 원(재조달가액의 70%) | 3,000만 원 × 7,000만 ÷ 1억 | 2,100만 원 |
특약이 있어도 가입금액이 재조달가액에 비해 낮으면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재조달가액 기준으로 특약을 들었다면 가입금액도 시가가 아니라 재조달가액을 기준으로 맞춰 두어야 합니다. 보험가액 대비 가입금액이 모자랄 때의 비례 계산은 전부·초과·일부보험과 80% 조항 계산법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특약이 있어도 시가로 돌아가는 경우
위 두 약관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조건입니다. 가입한 상품의 특약 문언을 같은 항목으로 대조해 보면 됩니다.
- 실제 수리·복구를 하지 않은 경우: ①번 약관은 손해를 입은 장소에서 실제로 수리·복구되지 않으면 재조달가액 보상을 하지 않고 시가만 보상합니다(제4조 제4항). ②번 약관도 수리·복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특약으로는 보상하지 않습니다(제6조 제3항).
- 180일 안에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경우: 두 약관 모두 손해발생일부터 180일 이내에 수리·복구 의사를 보험사에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합니다. ①번 약관은 이 기간이 지나면 재조달가액에 의한 추가보험금 청구권이 상실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 수리를 미뤄서 커진 손해: 피보험자가 수리·복구를 지연해 가중된 손해는 보상하지 않습니다.
- 법령 집행으로 생긴 손해: 건축·수리·철거 등을 규제하는 관계 법령의 집행으로 생긴 손해는 제외됩니다.
- 적용 대상이 아닌 물건: 재고, 상품, 예술품 등은 특약 대상에서 빠집니다.
가입이나 갱신 때 확인할 것
- 증권의 특약 목록에 재조달가액, 복구비용 지원, 시설 수리비용 지원 같은 특약명이 있는지
- 그 특약이 건물·시설·기계·집기 중 어느 목적물에 붙어 있는지
- 해당 목적물의 보험가입금액이 현재 재조달가액의 80% 이상인지(①번 방식), 또는 차액 보상 한도가 충분한지(②번 방식)
- 증축·리모델링·설비 교체로 재조달가액이 올랐는데 가입금액을 그대로 두지 않았는지
- 사고가 나면 180일 통지 기한을 달력에 표시하고, 수리 전후 사진·견적서·공사 계약서·세금계산서를 모아 둘 것
자주 묻는 질문
Q. 재조달가액 특약이 있으면 새 설비 값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나요?
위 약관 문언으로는 어렵습니다. 실제 수리·복구가 이루어져야 재조달가액 기준으로 보상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가만 보상합니다. 보상액도 실제 수리·복구에 든 금액을 넘지 않습니다.
Q. 재고 상품도 신품가로 받을 수 있나요?
위 두 약관은 재고와 상품을 재조달가액 특약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재고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되므로 재고 담보의 가입금액과 계산 조항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Q. 감가율은 누가 정하나요?
손해액 산정은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해 진행하고(상법 제676조 제2항), 감가 적용은 목적물의 내용연수와 사용·관리 상태 등을 보고 판단합니다. 산정 내역에 이견이 있으면 산정 근거(적용한 내용연수, 경과연수, 감가율)를 서면으로 받아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참고한 공식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676조(손해액의 산정기준)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665조(손해보험자의 책임)
- 국가법령정보센터 —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별표 15] 표준약관(화재보험 표준약관 제2조·제11조)
- 헤아림기업종합보험 약관(2021.4.1.) — 재조달가액담보 특별약관
- 현대해상 다이렉트H 사업장화재보험 약관(2024.1.1.) — 건물복구비용지원(화재)보장 특별약관
이 글의 법령·자료는 2026년 9월 28일 기준으로 원문과 대조해 확인했습니다.